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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암리타 P.377 이유 역에서 전화를 걸자, 동생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별일 없으니까 지금 바로 나가겠노라며 중국인 거리의 입구에 있는 찻집으로 가 있으라고 했다. 나만 해도 몇 년 만에 만나는 것인가. 젊은 처녀가 전혀 남남인 사람을 아버지라 부르며 함께 살고, 빨래에도 신경을 써가며 지내던 지나간 세월이 그리웠다. > 존댓말로 얘기하는 나 자신이 이상했다. 함께 살았었는데, 이유가 없어지면 그저 평범한 아저씨인 것이다. 는 이렇게 소중하다. 더보기
암리타 P.263 행복과 불행 당사자는 싱글거리고 있는데, 그런 만큼 오히려 처절한 느낌이 드는 얘기였다. "지금은 행복하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사세코는 미소를 머금었다.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남았으니까" "그렇네요" "그래서 난, 코즈미 씨가 자기의 불행을 한탄하는 걸 보면, 종종 부러워요. 가족하고 엄마에 대한 추억이 있잖아요. 누군가가 아무 걱정 할 거 없어, 라며 지켜주고, Feed해 준 추억이" Feed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여기서 애써 쌓아올린 행복이 무너진다면 나 역시 불행해질지도 모르죠. 잃어버릴게 생겨야 비로소 진정한 두려움도 생겨날 테니까. 그렇지만 그게 바로 행복이에요.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것. 안 그래요? 난 그이처럼 당연히 있어야 할 .. 더보기
암리타 P.196 순조로움 어머니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기는 무척 오랜만이다. 어머니의 쇼핑 스타일은 단순명쾌하여 남자 같다. 목적이 있어 백화점에 간다. 망설이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충동적으로 단숨에 산다. 단숨에 살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은 만져보지도 않는다. 시야가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늘 무슨 일에서나원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가령 뭔가를 빠뜨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좋게 보인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융통성 같은 것. 까닭도 없이 애달픈 밤, 돌이킬 수 없는 히스테리, 사랑 때문에 부리는 심술, 질투로 병드는 가슴, 부서질 것처럼 구하는 정신, 그런 것. 아니, 어머니의 내면에는 분명 무언가 과잉된 것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