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Esse#2/S# peom

암리타 P.196 순조로움

어머니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기는 무척 오랜만이다.

어머니의 쇼핑 스타일은 단순명쾌하여 남자 같다. 목적이 있어 백화점에 간다. 망설이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충동적으로 단숨에 산다. 단숨에 살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은 만져보지도 않는다.

시야가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늘 무슨 일에서나원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가령 뭔가를 빠뜨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좋게 보인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융통성 같은 것. 까닭도 없이 애달픈 밤, 돌이킬 수 없는 히스테리, 사랑 때문에 부리는 심술, 질투로 병드는 가슴, 부서질 것처럼 구하는 정신, 그런 것.

아니, 어머니의 내면에는 분명 무언가 과잉된 것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그녀 자신도 때로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왠지 알 것 같다. 그녀는 쇼핑이나 불합리한 감정의 폭팔로 그것을 달래려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뭘까?

그것은 아마도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
설사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지 않더라도, 얼굴을 쳐들고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되어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발산하면서, 억지로 <순조로움>을 자기에게로 끌어당긴다. 몇 번이나 보았다. 그 멋들어진 솜씨, 의지력.

흉내 낼 수 없다.

백화점에 가면 나는 무엇이든 사고 싶어하든가, 아무것도 원하는 것 없이 죽 전시돼 있는 상품들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라보든가, 둘 중의 하나다.
오늘은 갖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머니가 갑작스레 가자고 하면서, 쇼핑백을 들어주는 보답으로 재킷을 사주겠다고 하여 따라 나섰다. 자기 취향을 강요하지도 않고 구두쇠도 이나고, 이럴 때는 최고로 재미있는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