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Esse#2/S# peom

암리타 P.263 행복과 불행

당사자는 싱글거리고 있는데, 그런 만큼 오히려 처절한 느낌이 드는 얘기였다.

"지금은 행복하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사세코는 미소를 머금었다.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남았으니까"

"그렇네요"

"그래서 난, 코즈미 씨가 자기의 불행을 한탄하는 걸 보면, 종종 부러워요. 가족하고 엄마에 대한 추억이 있잖아요. 누군가가 아무 걱정 할 거 없어, 라며 지켜주고, Feed해 준 추억이"

Feed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여기서 애써 쌓아올린 행복이 무너진다면 나 역시 불행해질지도 모르죠. 잃어버릴게 생겨야 비로소 진정한 두려움도 생겨날 테니까. 그렇지만 그게 바로 행복이에요.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것. 안 그래요? 난 그이처럼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슬픔이라든가 절망 같은 걸 몰라요. 애당초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었으니까. 고통의 크기로 하자면, 어쩌면 그ㅡ이 쪽이 월등할 거에요. 만약 그이가 없어지면, 난 못 견딜 거예요. 그런 슬픔을 잘 모르니까.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사세코는 웃었다.

비교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 이 사람에 비하면 옛날에 아버지가 죽고, 여동생이 죽고, 머리를 탁 부딪쳐 기억과 남동생이 오락가락하는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그 정도 일로 사람이 된 척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