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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암리타 P.450 고독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같은 방안에 있으면서, 가족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전혀 타인처럼 여겨졌을 때도 난 고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녹아들어 갔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가. 자기가 태어난 집이, 자기가 살고 싶은 나라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로 꾸며졌으리란 보장은 없다. 젖을 물려주는 사람이, 어머니였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이란 보장도 없다. 타인의 상자 속으로 불쑥 내려온다. 그와 똑같은 기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는데, 내가 같은 정도로 애틋해하지 않는 것도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갓난아기도 그렇지 않은가. 만약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기분을 고독이니 어쩌니 한다면, 그야 나중에 고독이란 단어.. 더보기
암리타 P.424 시너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으면서 지금처럼 신나는 기분으로 보면, 별이든 UFO든 상관없이 예쁘게만 느껴지고 감탄하게 되나 봐" 동생은 말했다. 더보기
암리타 P.416 외로움 그러고서 미키코가 먼저 2층으로 올라가 잠들었고, 나는 목욕을 한 후에도 거실에 남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고, 소리를 죽여놓고 심야 프로그래을 보았다. 2시가 되었다. 어머니는 아침이나 돼야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현관문을 잠갔다. 이제 슬슬 자야지, 하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데, 갑자기 해일처럼 외로움이 밀려왔다. 이제는 만날 수 없고, 이 집에서 함께 생활할 수도 없다. 아까부터 말로는 알고 있었는데, 왜 그토록 간단한 일을 실감할 수 없었을까, 하고 자문해 봤더니. 혼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지금 처음으로 이 깊은 밤에, 혼자가 되고서야 이 집의 분위기가 싹 바뀌어 있음을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밤, 어머니가 이혼하고 난 첫날 밤, 마유가 집을 나간 날 밤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