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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암리타 P.416 외로움

그러고서 미키코가 먼저 2층으로 올라가 잠들었고, 나는 목욕을 한 후에도 거실에 남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고, 소리를 죽여놓고 심야 프로그래을 보았다.
2시가 되었다. 어머니는 아침이나 돼야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현관문을 잠갔다.

이제 슬슬 자야지, 하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데, 갑자기 해일처럼 외로움이 밀려왔다.
이제는 만날 수 없고, 이 집에서 함께 생활할 수도 없다.
아까부터 말로는 알고 있었는데, 왜 그토록 간단한 일을 실감할 수 없었을까, 하고 자문해 봤더니. 혼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지금 처음으로 이 깊은 밤에, 혼자가 되고서야 이 집의 분위기가 싹 바뀌어 있음을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밤, 어머니가 이혼하고 난 첫날 밤, 마유가 집을 나간 날 밤과 비슷했다.
황량하고 서늘한 느낌.
부재의, 어디 마음 붙일 곳 없는 느낌.
헤어짐의 절대적인 고독.
맥이 풀리고, 이 공간의 부자연스런 침묵의 의미를 깨닫는다. 공기가 이별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고여 있다. 어제까지 이 시간이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잤던 사람이, 아마도 영원히 그 생활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언어로 표현하려 해도,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외ㄹ움은 감당하기 벅찼다.
온 집 안에 아직도 준코 아줌마의 자취가 남아 있었다.
모든 추억의 에너지가 이 집을, 당사자처럼 훌쩍 떠나버리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중략 >>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이 고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