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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암리타 P.450 고독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같은 방안에 있으면서, 가족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전혀 타인처럼 여겨졌을 때도 난 고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녹아들어 갔다.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가.
자기가 태어난 집이, 자기가 살고 싶은 나라이고, 자기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로 꾸며졌으리란 보장은 없다. 젖을 물려주는 사람이, 어머니였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이란 보장도 없다.
타인의 상자 속으로 불쑥 내려온다.
그와 똑같은 기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는데, 내가 같은 정도로 애틋해하지 않는 것도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갓난아기도 그렇지 않은가. 만약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기분을 고독이니 어쩌니 한다면, 그야 나중에 고독이란 단어에 생각이 미친 것이지, 혼에서 솟아오른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되돌아가고 싶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다만 그 무렵의 <기억>으로 무장하지 않은 헐벗은 자신을 상상하면, 그 윤곽이 늘 엷은 색으로 뒤덮여 있어 왠지 서글퍼 보인다. 어째서인지 애달파진다. 내일이면 다른 집으로 보내질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 새끼처럼 보인다.
그것만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 의식은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육체 쪽으로 묵직하게 잠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