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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히르

오 자히르 P.237 상대의 얼굴 "마리, 소방수 두 명이 작은 불을 끄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해봐. 그들은 불을 끈 뒤 숲에서 나와 시냇가로 갔어. 한 사람의 얼굴은 온통 검댕투성이였고, 다른 사람의 얼굴은 깨끗했어. 당신에게 물을께. 둘 중 어느 쪽이 얼굴을 씻으려고 할까?" "바보 같은 질문이네요. 당연히 얼굴에 검댕이 묻은 사람이겠죠." "아니야. 그 사람은 상대방을 보고 자기도 깨끄할 거라고 생각해. 반대로 얼굴이 깨끗한 사람은 동료의 얼굴에 잔뜩 묻은 검댕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리겠지. '내 얼굴도 지저분하겠구나. 얼굴을 좀 씻어야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사랑했던 여자들 속에서 늘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 헤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들의 깨끗하고 맑은 얼굴을 바라보고, 그 .. 더보기
오 자히르 P.318 그냥 참고할만한 이야기. "지난주에 경찰의 한 심문 전문가를 언터뷰했어. 그는 자기가 중요한 진술을 어떻게 얻어내는지 얘기해줬어. 소위 '당근과 채찍'이라고 부르는 기술을 쓰는 거였지. 처음엔 우락부락한 형사가 심문하러 들어와. 그는 자긴 법 조항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다면서, 용의자를 위협하고 호통을 치고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식으로 거칠게 굴어. 용의자가 겁에 질려 얼이 빠졌다 싶을 때, '착한 형사'가 들어와서 난폭한 형사를 말리는 거야. 그러면서 용의자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지. 그러면 착한 형사와 용의자 사이에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결국 형사는 원하는 진술을 듣게 되는 거야." "그래. 들어본 적 이 있는 얘기야." "그가 다른 얘기도 해줬는데, 정말 무섭더라고. 1971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이.. 더보기
오 자히르 P. 286 끊어진 이야기 내가 말문을 열었다. "당신이 당신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전히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오?" "나는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선생 역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그 비밀이 있죠. 어떤 이야기들은 한가운데서 끊어집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현재로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그 장을 마무리하지 않는 한,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인터넷에서 이 주제에 관련된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내가 쓴 건 아니지만, 그 글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것들은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것들에서 해방돼라. 관계를 끊어내라. 속임수를 쓰기 위해 표시해놓은 카드로 게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