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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암리타 P.176 자연의 압도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해지는 거리를 유유히 걷고 있다. 저녁 어둠의 투명한 스크린에, 식탁을 밝히는 불빛이 아른거리는 창문이 떠오른다.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이 손을 뻗으면 물처럼 퍼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콘크리트에 똑똑 떨어져 튀는 물방울이, 기울어 가는 한낮의 태양의 내음과 짙은 저녁 내음 모두를 찬양하는 듯 했다.

이렇게 박력있는 저녁노을이라도 보지 않는 한, 좀처럼 당연한 것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들이 박만 권의 책을 읽고, 백만 편의 영화를 보고, 애인과 백만 번의 키스를 하고서야 겨우,

<오늘은 한 번 밖에 없다>

는 걸 깨닫는다면, 단 한 번에 깨닫게 하고 압도하다니, 자연이란 그 얼마나 위대한가. 구하지도 않는데, 그냥 놔두면서 알게 한다. 누구에게도 구별없이 보여준다.
구하여 아는 것보다 훨씬 명료하게.

"왠지 기분이 엄숙해지는데"

나는 말했다.
이제 저녁 노을은 마지막 한 방울을 짜내고, 거리의 사방 구석구석은 어둡게 가라앉고, 밤은 그 향내를 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