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Esse#2/S# peom

암리타 P.136 좋은 역


동생은 최근 어머니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이따금 나에게만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나만 '좋은 역'을 맡지 않도록 주의해 왔는데, 어머니는 의외로 그런 일은 개의치 않았다. 샘은 좀 나지만, 일이 제대로 풀리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이라는 듯한 묘한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메모만 남기고,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에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동생은 밖에 나오지 않은 지가 벌써 일주일이나 됐다고 한다. 고익가 맛있어, 라고 그는 말했다.

내내 안전한 집 안에만 있으면, 인간은 집에 동화되어 가구처럼 돼버린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바께 있는데도 복장도 표정도 실내에 있던 그대로인 사람, 완전히 긴장이 풀어져 밋밋하고 반응이 둔하고, 사람의 눈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 야성을 잊어버린 눈빛이다.

동생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다.

물을 찾아 애태우는 누나와 겁에 질린 듯 멍하게 걷는 동생. 나란히 저녁 거리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