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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암리타 P.106 가정의 균형

"각 가정마다 남이 보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게 마련이고, 그런데도 하루 세 끼 밥 먹고 청소하고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익숙해지고, 타인은 알 수 없는 그 가정만의 약속이 있어서, 모두들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래도 함게 살아가곤 하지"

흔해빠진 내용의 얘기라도, 가정을 잃어버린 준코 아줌마가 얘기하면 실감이 난다.

"아무리 엉망진창이 되어도 균형만 잘 잡혀 있으면 제대로 돌아간다는 걸까요?"

나는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준코 아줌마는 고개르 끄덕였다.

"그리고 사랑"

"사랑?"

너무도 뜻밖인 그 말에 나느 ㄴ깜짝 놀라 되물었다.
준코 아줌마는 웃었다.

"나도 이런 얘기는 부끄러워서 하고 싶지 않지만, 가정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단다. 사랑이란 말이지, 형태나 말이 아니고 어떤 하나의 상태야. 어떻게 힘을 발산하느냐지. 바라는 힘이 아니고, 온 가족이 서로에게 사랑을 주는 쪽으로 힘을 발산하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집안 분위기가 굶주린 늑대 소굴처럼 되어버리지. 우리 집만 해도, 실제로는 내가 망가뜨린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건 계기에 불과하고, 또 내가 혼자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일이야, 집안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게 바라기만 했거든. 그런데도 계속 존속시켜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막바지에서 뭐가 필요하겠어. 그야 물론 타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안 그랬어. 사랑......이랄까, 아름다운 힘을 발하는 추억이랄까, 그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좋을 때는 그나마 함께 있을 수 있게구나, 하고 생각했단다."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얘기도 자칫 잘못하면 평범한 아줌마의 고백처럼 들리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직접 들으면 가정을 파괴한 용기를 체험한 자의 처절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