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Esse#2/S# peom

오 자히르 P.327 자신이 불행하다(외롭다) 느껴지는 때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 중략 >>

저는 그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쓸모없고, 비참하다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설령 그가 부자고 매력적이고 유쾌하더라도, 그날 밤 그는 혼자고, 어제도 혼자였고, 아마 내일도 혼자일 테니까요. 데이트할 사람이 없는 학생들, 텔레비전이 유일한 구원인 양 바라보고 있는 노인들, 자신이 하는 일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자문하며 호텔 방에 있는 사업가들, 오후 내내 공들여 화장하고 몸단장을 한 뒤 바에 가서 함께 있을 사람을 찾지 않는 척하며 앉아 있는 여자들.

<< 중략 >>

그날 저는 막 이혼한 한 여자 친구와 점심을 먹었는데,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나는 내가 늘 꿈꾸던 자유를 갖게 됐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누구도 그런 자유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구속을 원합니다. 제네바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책과 인터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 곁에 있기를 원합니다. 샌드위치 두 개를 살 돈이 없어서 한 개만 사더라도 둘이서 나눠먹기를 원합니다. 혼자서 샌드위치 한 개를 다 먹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나으니까요.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중요한 축구경기를 보러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남자 때문에, 한창 열을 올리며 성당 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상점의 쇼윈도 앞에 자꾸 멈춰 서서 얘기의 맥을 끊어놓는 여자 때문에 데이트를 방해받는 것이, 혼자 제네바를 방문해서 홀로 세상의 모든 시간과 평온함을 누리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홀로 있는 것보단 굶주리는 편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홀로 있을 때 - 스스로 선택한 고독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고독을 말하는 겁니다 - 우리는 더이상 인류의 일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안락한 스위트룸, 예의 바른 종업원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훌륭한 호텔이 강 건너편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불행했습니다. 내가 이룬 것들로 즐거워하고 만족스러워야 마땅한데도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의 눈빛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 한가운데서 고독을 선택한 척하는 사람들의 거만한 시선과 혼자인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슬픈 눈빛.

제가 이 모든 것을 말씀드린 이유는, 최근에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나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던 여자와 함께한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전도서는 '찢어버릴 시간이 있고 꿰맬 시간이 있다'고 말하지만, '찢어버리는 시간'은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가장 나쁜 건 혼자 비참하게 제네바의 거리를 걷는 게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그가 내 삶에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악의 경우입니다."

좌중에 긴 침묵이 흐른 뒤 박수가 이어졌다.

========================================================================================================================================

생각할 여지가 필요한 내용이다.
상대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게 하게 하는 것, 그것은 '검댕이 얼굴'과 비슷한 맥락이고 중요하다. 하지만, 상호간의 구속, 그러니깐 부부니깐 이라며 강요되어 지는 것들, 가족이니깐 그럴 수 있다고 퉁쳐버리는 것들.. 위에서 얘기한 구속들이야 봐줄만한 것들이지만, 어떠한 집착에 희생되는 가족들의 모습이 과연 혼자 제네바의 호텔방에서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요된 구속보다는 혼자 여유러움을 즐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