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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P.70

무언가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고, 거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갑자기 베란다가, 예전에 우리 반 '지렁이 부코예 녀석이 내게' 넌 대체 뭐냐?'하고 물었던 때의 학교 운동장처럼 느껴진다. 그 질문에는 분노가 서려있었고, 나는 정답을 알지 못했다. 이제 베란다에 카멘코 아저씨는 없고, 아저씨가 뿌려놓은 위협만 남아 있다.

 

<중략>

 

 

학교 운동장에서 '지렁이' 부코예 녀석이 던진 질문이 있었고, 나는 그 질문을 일종의 위협으로, 그 질문에 대해 우리 어머니가 해준 설명은 일종의 농담으로 간주했다. 나는 혼혈아이자 반반이며 유고슬라비아인이다. 나는 그렇게 분류된다. 내가 어떻게 그토록 애매한 존재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학교 운동장이 있었다. 몸속에서 남자 피와 여자 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힘이 센가 하는 논쟁들이 있었고, 내가 그리 애매한 존재가 아니기를 바라는 내가, '지렁이' 부코예가 모르는 완성된 존재이거나 아니면 부코예가 비웃을 수 없는 어떤 것, 독일의 아우토반, 포도주를 마시는 날아다니는 말, 집의 숨통에 박힌 총알이기를 바라는 내가 있었다.

나중에 총이 없는 잔치를 그리게 될 내가 있다. 내게 다가오는 나타샤가 있고, 나타샤의 꽃무늬 드레스가 있고, 발바닥이 더루운 나타샤의 발이 있고, 증조할아버지 노래 속의 에미나처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나타샤의 머리가 있다. 뽀뽀를 찾아 헤매는 나타샤가 있고, 나타샤는 '나의 영웅, 나의 영웅' 하고 나를 부르며 '뽀뽀해줄게 이리 와! 뽀뽀해줄게 이리 와!'하고 눈을 꼭 감고 말한다. 세계기록을 세울 만큼 달콤한 나타샤의 입맞춤의 윙윙거림, 그 한복판에 앉아 있는 내가 있다. 나타샤의 입맞춤은 작은 파리 떼처럼 내 머리 주위를 맴돌고, 입맞춤의 그 자줏빛 달콤함은 내 이마에, 뺨에, 뺨에, 이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