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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그리스인 조르바 P.266 뱃 속에 들어간 것들에게 미안해서

잔뜩 먹고 마시고 난 조르바는 한 손을 털이 수북한 귀로 가져다 댔다.

 

"리라...." 그는 중얼거렸다. "마을에서 춤을 추고 있군."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술이 그만 머리에 오른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죠? 한 쌍의 뻐꾸기처럼 둘이서만 죽치고 앉아있으니 말입니다. 가서 춤을 춥시다. 우리가 먹어치운 양한테 미안하지도 않나요? 그놈이 고작 피가 되거나 아무것도 아닌 방귀소리로 빠져나가게 할 작정이오? 자, 가요! 그걸 노래와 춤으로 만드는 겁니다. 조르바는 지금 다시 태어납니다!"

 

"잠깐만, 잠깐만! 조르바. 바바같이 굴지 말아요. 돌았소?"

 

"주인님,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양한테 미안해서 그러오. 그리고 붉은 달걀과 이스터케이크와 크림치즈를 먹은 게 미안해서! 요 빵 부스러기 몇 쪽이나 올리브 몇 알을 비웃으려 들었다면야 이렇게 말을 하겠어요. '오, 잠이나 잡시다. 난 축하를 드리러 갈 필요가 없어요.' 올리브와 빵 부스러기는 아무것도 아니죠. 안 그래요? 그넘들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하지만 내 말을 들어봐요. 음식을 그렇게 낭비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자, 부활을 축하합시다. 주인님!"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오. 당신이나 가요. 가서 내 몱까지 추고 오면 되잖소."

 

조르바는 내 팔을 잡아당겨 나를 끌어 일으켰다.

 

"예수가 다시 태어났어요, 친구! 아! 내가 당신만큼만 젊다면 얼마나 좋겠소! 나는 모든 것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거요! 곧장 정면으로, 일이건 술이건 사랑이건 모든 것을 붙들겠어요. 그리고 나는 하느님이건 악마이건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젊음은 그렇게 즐기는 거라오."

 

"조르바, 그건 양이 하는 소리요. 그놈이 당신 배 속에 들어가더니 거칠어져서 늑대가 되었나 보오."

 

"그 양은 조르바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조르바가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들어요, 당신이 듣고 나서 욕을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요. 나는 뱃사람 신드바드..... 내가 온 세계를 두루 돌아다녔다는 것은 아닙니다. 천만에요! 그러나 나는 강도질과 살인, 거짓말을 하고 숱한 여자와 자고 십계명을 모조리 어긴 사람이라오. 몇 개나 되죠? 열 개든가? 왜 계명이 스무 개, 쉰 개, 백 개는 안 됩니까? 그래야 내가 모조리 다 깨뜨릴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하느님이 정말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때가 와서 그 앞에 서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진 않을 겁니다. 어떻게 말을 해야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나는 그 어느 것이건 대단한 것으로는 생각하질 않아요. 알겠어요? 아니, 하느님이 지렁이들을 타고 앉아 그놈들이 전생에서 한 일을 일일이 따져볼까요? 그러다가 한 놈이 이웃집 지렁이 암놈하고 외도를 했거나 성 금요일에 고기 한입을 먹었대서 화를 내겠나요? 젠장할, 때려치워요. 당신처럼 스프나 게걸스럽게 마시는 신부 같은 소린 치워요. 제기랄!"

 

"조르바, 글쎄 말이오." 나는 그를 더 사납게 만들 양으로 말했다. "하느님은 당신이 뭘 먹었는가 따지진 않을지 모르죠. 하지만 아마 그는 틀림없이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볼 겁니다."

 

"그는 그런 것도 묻지 않을 거예요. '자네같이 멍청한 친구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묻겠죠. 내가 안다면 아는 거예요. 나는 틀림없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만약 나에게 두 아들이 있어서 한 놈은 조용하고 조심스러우며 겸손하고 미쁜데, 다른 놈은 개차반이고 욕심 많으며 형편없는 무법자에 계집 궁둥이만 쫓는다면 내 마음은 둘째 놈 편을 들 겁니다. 아마 그 녀석이 나를 닮아서일까요? 하지만 도대체 누가 밤낮으로 무릎을 꿇으며 돈이나 모으는 늙은 스테파노스 어린이나 나나 하느님 자신을 닮진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느님은 재미를 찾습니다. 살인도 하고 부정도 하고 성교도 하고 일도 하고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드는 점이 나와 똑같죠. 그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내가 고른 여자를 갖습니다. 만약 당신이 깨끗이 거른 물처럼 신선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곁을 지나는 것을 보았다면 당신의 심장이 껑충 뛸 겁니다. 갑자기 땅이 꺼지고 그녀는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누가 그녀를 잡아갔을까요? 만약 그 여자가 착한 여자였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악마가 여자를 업어갔어.'하지만 주임님, 내가 전에도 한 말을 또 되풀이 하지만 하느님과 악마는 일심동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