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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그리스인 조르바 P.252 생각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아, 할아버지.... 하느님이 당신의 유해를 정화해주시기를!" 한참 있다가 그가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도 나 같은 팔난봉이었죠. 그런데도 그 늙은 건달께서는 성지에 가서 하지(멕카나 예루살렘 순례를 마친 사람)가 되었는데 그 까닭을 누가 안답니까! 그가 마을에 돌아오니까 이세상에서 착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염소 도둑질이나 하던 그의 옛친구가 물었어요.

 

'이 친구야, 자네는 성지에 갔다가 나한테 십자가도 하나 안 가져왔나?'

 

그러자 교활한 내 할아버지가 얘기했지요.

 

'아니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소리인가ㅏ. 내가 자네한테 빈손으로 오다니. 내가 행여 자네를 잊어버렸을 줄 알았나? 오늘 밤 우리집으로 오게나. 축복을 받게 신부님도 함께 모시고 오고. 그럼 내 이 성스러운 물건을 자네한테 줌세. 애돼지 통구이 한 마리와 포도주도 좀 가져오게나. 우리 운수가 트이게 말일세'!

 

그날 저녁, 집으로 간 할아버지는 온통 벌레가 먹은 문기둥에서 쌀 한 톨만 한 나무쪽을 끊어내더니 그것을 보드라운 천에다 쌌어요. 그리고 그 위에 기름을 한두 방울 쳐놓고 기다렸지요. 그러고 조금 있으니까 문제의 사나이가 신부를 모시고 애돼지 통구이에다 술까지 가지고 나타났지요. 신부는 스톨라(성직자의 긴 제복)를 꺼내 입고 축복해주었어요. 할아버지는 값비싼 나무쪽을 양도하는 의식을 올리고 그들은 애돼지를 탐스럽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이건 정말입니다. 그 사나이는 넓죽 절을 하고 그 작은 나무쪽 앞에 풀썩 엎드렸다가 그걸 목에다 걸었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생판 딴사람이 되고 말았답니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산에 들어가 아르마톨레스와 클레프테스 산적 패에 가담하여 터키인 마을에 불을 지르는 노릇을 거들었죠. 그는 탄환이 비오듯 하는 곳으로 겁없이 달려가곤 했어요. 겁낼 까닭이 뭡니까? 예수님 무덤에서 가져온 십자가를 지니고 있었으니... 총알이 그를 비켜나간다는 거겠죠."

 

조르바는 호걸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그가 말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있다면 헌 문짝에서 떼어낸 나무쪽도 성스러운 기념품이 됩니다. 믿음이 엇다고요? 그럼 성스러운 십자가 전부를 주어도 그것은 당신에게 한낱 낡은 문기둥밖에는 안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