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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se#2/S# peom

오 자히르 P.206 섹스 금지 사유와 부부의 권태기에 관한

"열다섯 살 땐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어. 하지만 그건 죄였지. 금지된 것이었어. 그게 왜 죄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 온 세계에서, 모든 종교가, 심지어 가장 원시적인 종교와 문화에서조차 섹스를 금기시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이상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군. 섹스를 왜 금기시했는데?"

"식량때문에."

"식량?"

"수천 년 전의 부족들은 자유롭게 섹스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았어. 그런데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날수록 생존의 위협은 더 커졌지. 인구가 늘어나자, 부족 내 사람들은 식량 때문에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 아이들을 죽이고, 남자보다 약한 여자들을 죽였지. 살아남은 건 강자들뿐이었는데, 모두 남자였어. 그리고 그 남자들은 여자 없이는 종족을 번식시킬 수 없었고.

어느날 한 사람이 이 부족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자기네 부족에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겠다고 결심했어. 그래서 이야기 하나를 꾸며냈지. 신들께서 남자가 여러 여자와 섹스하는 걸 금하신다는 이야기였어. 이렇게 되어 그 부족 남자들은 오직 한 여자 혹은 많아야 두 여자와만 섹스하게 됐어. 물론 선천적으로 불능인 남자들도 있었고, 불임인 여자들도 있었지. 그런 경우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지만, 아무도 배우자를 바꿀 권리는 없었어.

부족원들은 섹스의 원칙에 대한 그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았어. 신들께서 그렇게 정하셨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사람은 분명 남다른 면이 있었을 거야. 아마 기형이었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병을 앓고 있었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ㅇㅆ거나, 아무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를 지니고 있었을 거야. 최초의 족장들이 나타나는 과정이 그렇잖아. 몇 년이 지나자, 그 부족은 강력해졌어. 남자들의 수는 모든 부족원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했고, 여자들은 마음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었지. 아이들 수도 천천히 늘어나 사냥꾼과 번식자로 자라났어. 당신, 여자들이 결혼생활에서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이 뭔지 알아?"

"섹스."

"틀렸어. 음식을 먹이는 거야. 자기 남자가 먹는 걸 바라보는 것. 여자는 그럴 때 큰 기쁨을 느껴. 그에게 먹일 저녁식사에 대해 생각하면서 온종일을 보내기도 하지. 그런데 그건 과거 속에 내재된 굶주림과 멸종의 위협과 생존수단에 관한 아까 그 이야기 때문이야."

"아이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거야?"

"난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았어. 일부러 갖지 않은 걸 어떻게 아쉬워할 수 있어?"

"아이가 있었더라면 우리 결혼생활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걸 어떻게 알겠어? 난 아이가 있는 내 친구들을 봐. 그들 중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지. 그들이 아이 때문에 더 행복할까? 누군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설령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 할지라도 그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아. 그들은 자신에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믿어. 일상의 불행을 감수하면서라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겠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에스테르, 전쟁은 당신에게 해를 입히고 있어. 당신은 우리의 실제 삶과는 너무 다른 현실과 만나고 있어. 그래, 내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거 나도 알아. 그러나 그 사실 때문에 사랑과 행복, 섹스와 음힉과 결혼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진 않아. 오히려 매일매일이 기적인 것처럼 살게 해주지."

"전쟁은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낼 뿐이지. 언제든 당장이라도 유탄이 내 몸ㅇㄹ 관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때, 난 자신에게 말해. '얼마나 다행이야? 나에겐 어찌될지 걱정할 아이들이 없잖아.' 그러나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하지.' '참 스픈 일이야! 난 죽을거고, 내 뒤엔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난 생명을 소비만 할 뿐 세상에 생명을 내놓진 못했어.'"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거야? 당신이 내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말문을 닫고 있다는 느낌이 가끔 들어서 묻는 거야."

"그래, 문제가 있어. 우린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어. 당신은 당신이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모두 내 덕부닝라고 생각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를 곁에 둔 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고."

"난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비록 그걸 항상 인식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군. '내 문제가 대체 뭐지?"

"그렇게 생각하다니 훌륭해. 하지만 당신에겐 문제가 없어. 나역시 없고. 나도 나 자신에게 당신과 같이 물어. 그럼 잘 안 돌아가는 게 대체 뭘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문제인 거야. 그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받아들인다면 우린 그 문제들을 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끊임없이 싸워야겠지만, 적어도 정복해야 할 많은 영역이 있다는 것이 우릴 역동적이고 생기 있고 용감하게 살게 하겠지. 문제는 만사가 너무 익숙해지는 지점, 사랑이 적극적인 문제나 대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저 단순한 해결책이 되고 마는 지점을 향해 우리가 나아가고 있다는 거야."

"그게 왜 문제가 되지?"

"문제지. 난 사람들이 열정이라고 부르는 사랑의 에너지가 내 육체와 영혼 속에 흐르는 것을 느낄 수가 없어."

"그래도 아직 남은 게 있잖아."

"정말? 하지만 모든 결혼은 그렇게. 사람들이 '성숙한 관계'라고 부르는 것에 열정의 자리를 내어주며 끝나는 게 아닐까? 내겐 당신이 필요해. 당신이 그리워. 때로는 질투하는 것 같기도 해. 저녁식사로 당신에게 뭘 해줄지 고민하고 싶어. 설령 당신은 접시에 뭐가 담겨 나오든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말이야. 어쨌든 기쁨이 부족해."

"그건 그렇지 않아. 당신이 멀리 있을 때, 난 당신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우리 중 한 사람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무슨 대화를 나눌까 상상해. 당신이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도 하고. 난 매일 당신 목소리를 들어야 해. 내가 늘 당신을 사랑하고 잇다는 걸 당신에게 확신시킬 수 있어."

"나 역시 그래. 하지만 우리가 가까이 있을 땐 어떻지? 우린 논쟁하고, 별것 아닌 일로 다투고, 상대방을 바구고 싶어하고, 세상을 보는 자기 방식을 상대방에게 강요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날 비난하고, 또 나도 ㄱ렇게 하고. 가끔 우린 마음 깊은 곳에서 자기 자신에게 비밀스레 말하지. '아무 구속 없이 자유로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그 순간 난 내가 어디가 잘못된 인간이 아닌가 하고 느껴. 그토록 원하는 여자와 함께 사는데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상한 거야."

"나 역시 늘 곁에 두고 싶었던 남자와 함께 있어."

"당신의 그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이가 들면서 날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길도 줄었어. 그리고 난 점점 이렇게 생각하게 되지. '그냥 있는 대로 살지 뭐.' 남은 삶 동안 그렇게 모르는 척,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갈 수도 있을거야. 하지만 전쟁터로 갈 때마다 서로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증오보다 더 큰, 훨씬 더 큰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목격하게 돼. 그리고 그 순간, 오로지 그 순간에는 내가 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까지고 전쟁터에서 보낼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당신 곁에서 이런 식으로 안주하며 살아갈 수도 없어. 그건 내게 유일하게 소중한 것, 당신과의 관계를 파괴하니까. 비록 내 사랑의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해도...."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용감하게 저항하고, 절망의 순간들을 견뎌내지. 그들은 한 번, 두 번, 세 번 우기를 넘기고, 드디어는 평화를 되찾아."

"하지만 그게 실상과 다라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 그렇지 않다면 책을 쓰지도 않았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