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Esse#3/DataCenter# Info

엔화가 점점 비싸지는 이유..도대체 뭘까


엔화가 점점 비싸지는 이유..도대체 뭘까

입력시간 :2011.11.10 16:50


`이진우의 누구나 경제`는 이데일리TV에서 오후 5시에 방영하는 `이슈투데이`의 고정 코너입니다. 이데일리TV는 각 지역케이블TV와 위성방송(Skylife 525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이데일리TV 홈페이지(edailytv.co.kr)를 통해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지난 4월 엔화 환율이 100엔당 1300원 정도이던 때 1억엔의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요즘 매일 엔화 환율을 확인한다. 요즘엔 100엔당 1428원. 13억원을 빌렸지만 이제 14억원이 넘는 돈으로 갚아야 한다. 반 년 여만에 갚아야 할 원금이 10%나 늘어난 셈이다. 왜 엔화는 이렇게 계속 강세인 건지. 속이 답답하다.




1. 엔화값이 왜 이렇게 계속 오르는 건가?

모든 화폐는 그 화폐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때 가격이 올라간다. 엔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때 엔화강세가 된다(가치가 올라간다).

사람들이 엔화를 찾는 건 전세계에서 믿을만한 건 그래도 엔화밖에는 없다는 대안부재론 때문이다. 자기가 가진 돈을 엔화로 바꿔서 일본 채권이나 일본 주식 등 엔화 자산에 투자하려는 것이다. 달러나 유로 엔화 파운드화 정도가 그나마 투자할만한 대상인데 미국 영국 유럽 일본 중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은 곳은 일본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엔화로 바꿔야 하고 엔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엔화가 강세가 된다(달러-엔 환율 하락).

2.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지진도 나서 피해가 큰데 왜 일본 경제가 괜찮다는 건가?

요즘에는 워낙 어려운 나라들이 많다보니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져서 경제가 잘 돌아가고 안돌아가고 보다는 돈을 빌려줬을 때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유럽과 미국은 투자하기엔 국가부채 비율이 매우 높다. 설마 초강대국 미국이 부도를 내겠느냐는 믿음 정도 외에는 투자하기 불안하다. 반면 일본은 경제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국가부도의 불안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 엔화는 1970년대 이래로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왔다.1980년대에는 200엔을 줘야 1달러와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80엔만 주면 1달러와 바꿀 수 있다.




3. 일본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국가부채비율이 무척 높던데?

일본의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30% 수준으로 기껏해야 100%가 조금 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일본은 국채의 5% 정도만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95%는 내국인(일본인)이 갖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라면 일본 경제의 안정성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사들인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채는 전체의 70%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고 이 외국인들은 그리스에 대한 불신이 대단하다. 돈 빌려준 사람이 계속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만기연장에 협조해주면 계속 유지되는 것이고 돈 빌려준 쪽이 불안해서 돈을 빼야겠다고 하면 그 국가는 부도가 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참 충성스럽고 온화한 채권자들을 둔 덕택에 국가부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4. 국가부도 가능성이 낮은 나라는 일본 말고도 많지 않나? 우리나라도 괜찮고 브릭스 국가들도 전망이 좋다고 하던데.

한국이나 브릭스 국가들도 경제성장 전망은 일본이나 유럽국가에 비해 훨씬 밝지만 문제는 환율의 변동이다.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서 10%의 수익을 올렸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10% 오르면(달러가 강세가 되면)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투자수익률은 제로(본전)다.

브릭스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라들은 경제성장 전망은 좋지만 `위험자산(먹을 때는 크게 먹고 잃을 때도 크게 잃을 수 있는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나라의 환율이 급격이 오르기 마련이다(외환위기 때 달러-원 환율의 급등을 떠올려보자).

그러니까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부도가 나지 않을만한 나라들 중에 환율이 급격히 오르지 않을 곳을 찾는 게 필요하다. 일본은 여러가지 이유로 환율이 앞으로도 내려갈(엔화 강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엔화 자산에 투자하려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그런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엔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엔화가 더욱 강세가 되는 구조다.

이런 투자자들 가운데는 중국 정부도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이 추세화되면서 중국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있고 그 빈 공간을 채울만한 것으로 엔화를 선택하고 있다.


5. 엔캐리트레이드 자금도 엔화 강세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하던데 그건 무슨 이야긴가?

일본은 계속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자가 싸다. 그래서 일본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을 외국돈으로 바꿔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엔캐리 트레이드`라고 한다.

세계 경기가 좋으면 이런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일본의 이자는 제로에 가까운데 그럴 때는 세계 어디에 투자해도 수익률이 괜찮게 나오니까 그런 투자를 안하는 사람이 바보다.
그래서 세계의 경기가 좋으면 일본에서 빠져나가는 돈(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아지고 엔화를 팔고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므로(외국에 투자하려면 달러가 필요하니까) 엔화의 가치가 떨어진다(엔화약세).

6. 그런데 요즘엔 엔화가 강세이지 않나? 그건 왜 그런가?

여기까지는 경기가 좋을 때 이야기고,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 해외로 나갔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온다.

어디에 투자해도 수익률이 시원치 않은 상황이 되지만 이자도 별로 비싸지 않은 자금이라 굳이 투자를 접을 이유는 없는데 문제는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엔화의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본에서 빌린 돈은 엔화로 갚아야 하므로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다시 엔화로 바꿔서 일본 은행에 상환되어야 한다.
해외 투자에서 별 재미를 못본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일본으로 되돌아와 일본 은행에 상환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를 엔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다(엔화로 상환해야 하니까).

이 과정에서 엔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엔화가 강세가 된다. 엔화가 점점 비싸지면 뒤늦게 엔화로 바꾸는 사람들은 늦은 만큼 손해다. 배추값이 점점 비싸지면 김장을 늦게 할 수록 손해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계 경기가 나빠지는 기미가 보이면 서로 먼저 일본으로 돌아와 엔화로 바꾸려고 하고 그런 경쟁이 심해질수록 엔화값은 계속 올라간다.

요즘도 세계 경기가 나빠질 기미가 보이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되돌아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그럼 엔화는 앞으로도 계속 강세를 이어간다는 의미인가? 그럼 엔화 대출 받은 사람들은 큰일인데, 혹시 다른 견해는 없나?

엔화가 계속 강세를 나타내면 일본 경제가 위험해진다. 비싼 엔화를 주고 재료와 인력을 구매해야 하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도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한다.

때로는 유럽이나 미국도 이런 일본 정부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미국이나 유럽 정부도 제코가 석자여서 엔화 강세를 저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의 주요 경제대국인 유럽과 미국이 동시에 불황을 겪는 게 유례없는 상황이므로 엔화로 전세계의 돈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엔화강세가 지속되어야 자기나라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유지되니까 요즘처럼 불황일 때는 엔화 강세를 은근히 즐기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 엔화 강세 현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일본으로 숨어들었던 자금들이 다시 투자를 위해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엔화는 세계가 어느 정도 불경기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 중에 하나인 셈이다.

▲ 엔화는 경기가 나쁠 때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경기가 나쁠 때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기 때문에 미국 금리는 낮아지는데 일본의 금리는 원래 낮게 때문에 더 낮아지지 않아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가 줄어든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가 줄어드는 시기와 엔화가 강세인 시기는 거의 비슷하다.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미국 금리와 일본 금리의 격차가 커지고 엔화는 약세가 된다.


엔고 현상, 우리에겐 약(藥)일까 독(毒)일까

엔화가 강세가 되면 일본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엔화가 강세라고 해서 일본 근로자들이 받던 월급을 덜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품은 일본 제품과 같은 매장에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서 엔화 강세가 되면 우리 기업들은 유리해진다.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일본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데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도 그 혜택을 많이 본다. 원-엔 환율이 1% 상승하면 일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수가 0.45%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엔화 강세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60%가 아무리 비싸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부품소재들이다. 엔화 강세로 비싸진 일본산 제품이지만 사서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대일 무역적자가 심화된다.

실제로 한국이 수출 1%가 증가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도 0.96%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나빠진다는 점도 엔화 강세의 어두운 면 가운데
하나다. 원-엔 환율이 100원 오르면 기업들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2조4000억원 가량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요즘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스위스에서 돈을 빌린 동구권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도 이와 비슷한 원리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XML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DCD=A00102&SCD=DA11&newsid=02460006596444408